
바다의 바람이 빚은 장모 고양이, ‘킴릭(Cymric)’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웨일스의 혼
세상에는 고양이 중에서도 유난히 신비로운 기원을 가진 품종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킴릭(Cymric)’, 일명 장모 맹크스라 불리는 고양이입니다.
그들은 꼬리가 없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장모를 지닌 독특한 외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죠.
하지만 킴릭의 이야기는 단순히 아름다운 고양이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영국 웨일스의 전설과, 20세기 초 고양이 브리더들의 열정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오늘은 그 미스터리한 혈통의 비밀과, 맹크스에서 갈라져 나온 ‘숨겨진 후손’ 킴릭의 탄생을 따라가 봅니다.
꼬리 없는 고양이의 시작, 맨섬의 맹크스
킴릭의 뿌리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맹크스(Manx)를 알아야 합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 바람이 거세게 부는 맨섬(Isle of Man)에서
800년 전부터 꼬리 없는 고양이들이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자연 돌연변이로 인해 꼬리가 짧거나 완전히 사라졌고,
섬이라는 폐쇄된 환경 덕분에 그 유전이 고정되었죠.
이 맹크스가 훗날 장모형으로 태어난 것이 바로 킴릭입니다.
흥미롭게도 ‘킴릭(Cymric)’이라는 이름은 웨일스의 고대 명칭 ‘Cymru’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이름부터가 웨일스 전통과 신화의 향기를 품고 있는 셈입니다.
전설처럼 태어난 장모 고양이
1960년대 초, 캐나다와 미국의 브리더들은 맹크스 품종을 번식시키는 과정에서
우연히 털이 긴 새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한 돌연변이라 여겼지만, 그들의 긴 털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실루엣은
곧 독립된 매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죠.
이 장모형 맹크스를 따로 구분해 ‘킴릭’이라 부르며
정식 품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킴릭이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습니다.
일부 브리더들은 “맹크스의 장모 변종일뿐”이라며 별도 등록을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킴릭은 점점 그들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1970년대 중반 북미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에 담긴 웨일스의 정신
킴릭이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지역적 의미 이상의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
‘Cymric’은 ‘웨일스 사람의’ 혹은 ‘웨일스식의’라는 뜻으로,
그들의 장모가 만들어내는 부드럽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마치 켈트 전설 속 요정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때문에 킴릭은 종종 “웨일스의 신비를 품은 고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구분 /맹크스(Manx) /킴릭(Cymric)
| 털 길이 | 단모 | 장모 |
| 기원지 | 영국 맨섬 | 캐나다·미국(웨일스 명칭 사용) |
| 특징 | 꼬리 없음, 둥근 체형 | 긴 털, 풍성한 꼬리 부근 털 |
| 성격 | 충직하고 가족 중심 | 온화하고 애교 많음 |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 같은 털결
킴릭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그들의 털입니다.
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반짝이는 중장모는 부드럽고 실키하며,
풍성한 볼륨 덕분에 움직일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이들은 꼬리가 없는 대신 엉덩이 부근의 털이 자연스럽게 부채꼴로 퍼져
‘보이지 않는 꼬리’를 대신하는 듯한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어냅니다.
겨울철에도 보온성이 높고, 관리만 잘하면 엉킴이 거의 생기지 않아
매일 손질하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웨일스 신화와 닮은 신비로운 성격
킴릭은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깊고 온화합니다.
그들은 가족과의 유대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낯선 환경보다는
늘 함께 지내는 사람 곁에서 안정을 느낍니다.
이러한 성향 덕분에 ‘집을 지키는 고양이’, ‘가정의 수호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죠.
또한 이들은 높은 지능과 호기심을 지녀 장난감을 스스로 가지고 놀거나,
가끔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기도 합니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고양이와 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매력을 풍깁니다.
1980년대, 품종 등록과 세계로의 확산
1976년, 북미 고양이 애호가 단체(CFA)와 TICA에서
킴릭은 맹크스의 장모 변형으로 공식 인정받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킴릭은 ‘독립 품종’으로도 일부 등록되며
유럽과 일본 등지로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그들의 고풍스러운 외모 덕분에
‘귀족 고양이’, ‘장모 맨섬의 후예’라는 칭호를 얻었죠.
연도 /사건 /주요 내용
| 1960년대 | 캐나다에서 첫 장모 맹크스 발견 | 킴릭의 시초 |
| 1976년 | 북미 단체 공식 인정 | 맹크스의 장모형으로 등록 |
| 1980년대 | 세계 각지로 확산 | 독립 품종으로 일부 인정 |
| 현재 | 희귀 품종으로 보존 중 | 맨섬 유전 계열 유지 |
전설은 계속된다, ‘바다의 후예’ 킴릭
킴릭은 단지 예쁜 고양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맨섬의 유전적 역사를 품고, 웨일스 전설의 이름을 이어받은
진정한 의미의 ‘전설의 후손’입니다.
꼬리가 없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인간의 상상과 자연의 섭리가 공존하고,
긴 털결은 웨일스 바람이 스쳐간 듯한 신비를 남깁니다.
오늘날 킴릭은 여전히 희귀한 품종으로 분류되지만,
그 독특한 기원과 아름다움은 고양이 역사 속에서 빛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웨일스의 혼이 깃든 장모 고양이, 킴릭.
그들은 세대를 넘어, 전설과 현실을 잇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