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빛 고양이, 한 여성의 집념으로 세상에 이름을 올리다
1984년, 미국의 한 브리더가 거실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은
훗날 세계 고양이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코라 코브(Cora Cobb) 여사.
그녀는 단 한 마리의 고양이에게 반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냈고,
그 품종은 ‘네벨룽(Nebelung)’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장모종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네벨룽이 1984년 공식 품종으로 등록되기까지,
코라 코브 여사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봅니다.
모든 것은 한 새끼 고양이에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 초, 미국 콜로라도의 덴버에 살던 코라 코브 여사는
일반 단모 고양이 한 쌍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부부 고양이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푸른빛의 장모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시그프리드(Siegfried)’.
그 털빛은 러시안 블루처럼 은회색이었지만,
털 길이는 훨씬 길고 부드러웠습니다.
빛이 비치면 은은하게 반사되어
마치 안갯속에 파묻힌 듯한 느낌을 주었죠.
코라 여사는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이건 그냥 돌연변이가 아니야. 새로운 생명이야.”
두 번째 기적, ‘브룬힐드’의 등장
그로부터 2년 뒤, 또 한 번의 새끼 고양이 출산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회색빛 장모 새끼가 태어났죠.
코라 여사는 이 암컷에게 ‘브룬힐드(Brunhild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두 이름 모두 독일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Nibelungenlied)’의 주인공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코라는 이 두 고양이를 교배시켜
비슷한 외모를 가진 후손을 얻으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이 고양이들이
하나의 독립된 혈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이름 성별 의미 특징
| 시그프리드 | 수컷 | 용감한 전사 | 은빛 장모, 푸른 눈 |
| 브룬힐드 | 암컷 | 용의 여왕 | 실크같은 털, 온화한 성격 |
| 네벨룽 | 품종명 | ‘안개의 생명체’ | 러시안 블루 장모형 |
러시안 블루와의 연결 고리
코라 코브는 시그프리드와 브룬힐드의 외모가
러시안 블루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러시안 블루는 짧은 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고양이를
‘러시안 블루의 장모형(long-haired variant)’으로 정의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로서는 매우 과감했습니다.
러시안 블루의 순수 혈통 개념이 엄격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코라 여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장모 유전자가 열성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자연 교배 속에서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1984년, 새로운 품종 등록을 위한 도전
1984년, 코라 코브 여사는 국제 고양이 애호가 협회(TICA)에
네벨룽을 독립 품종으로 등록하기 위해 공식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사진 몇 장이 아니라,
세대별 교배 기록, 유전적 특징, 성격 요약 보고서를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TICA의 심사위원들은 처음에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건 러시안 블루의 변형이지, 새로운 품종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코라 여사는 직접 작성한 자료와 유전 분석 데이터를 통해
네벨룽이 단순한 변종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안정된 형질을 지닌 새로운 품종임을 증명했습니다.
품종 이름 ‘네벨룽’의 탄생
TICA 등록 과정에서 품종명을 제출해야 했던 코라 여사는
오랜 고민 끝에 ‘네벨룽(Nebelung)’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이 단어는 독일어 ‘Nebel(안개)’과 ‘-ung(생명체)’의 합성어로,
그녀의 두 고양이 이름 시그프리드와 브룬힐드가
모두 독일 전설에서 온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이 이름에는 단순한 시적 감성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안개처럼 부드럽지만, 빛이 스치면 반짝이는 생명.”
그녀가 바라본 네벨룽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TICA의 품종 인정과 세계적 관심
1987년, TICA는 네벨룽을 공식 품종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미국 브리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가정집의 우연이 세계적인 품종으로 성장했다.”
코라 코브의 이름은 곧 ‘고양이계의 신화 창조자’로 불리게 됩니다.
공식 등록 이후 네벨룽은 유럽과 일본으로 퍼져나갔고,
러시아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의 전통 품종인
러시안 블루의 후손으로서 더 깊은 애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연도 사건 주요 내용
| 1980 | 시그프리드 출생 | 첫 은빛 장모 고양이 등장 |
| 1982 | 브룬힐드 출생 | 암컷 장모 등장 |
| 1984 | 품종 등록 시도 | TICA에 공식 서류 제출 |
| 1987 | 공식 인정 | 네벨룽 품종 확립 |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만든 과학과 예술의 결합
코라 여사는 단순히 예쁜 고양이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연이 선물한 유전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그 결과 네벨룽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로 자리 잡았죠.
그들의 푸른빛 털은 유전학의 결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온화한 성품과 신비로운 매력은
인간의 애정이 만들어낸 기적의 산물이었습니다.
결론, 한 사람의 신념이 만든 품종의 역사
네벨룽의 탄생은 거창한 연구소나 거대한 계획에서 나온 결과가 아닙니다.
한 여성의 직관, 사랑,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84년의 그 한 장의 등록 서류는
‘한 가정의 우연한 새끼 고양이’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품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녀의 고양이들은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서
은빛 안갯속을 걷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브리더와 반려묘 애호가에게
“한 번의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